INTERVIEW
UNREAL
ESTATE
Artist in Episode :
Hyunseo Cho, 조현서 개인전
Episode Sinchon 369,
Room No. 308 :
2022.12.10-15, 22-24
Online Exhibition open : 12.26
“집은 무엇일까?
삶의 형태나 공간에 대한 생각은 우리가
의식하기도 전에
정의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집이라는 개념은 개개인의 정의에 달린,
허상의 개념이다.”
UNREAL ESTATE
(2022)
HYUNSEO CHO,
조현서
NOT A HOUSE,
BUT A HOME
INTERVIEW
"관객 스스로 이야기를 하면서
본인의 “집”을 끌어내는
방식을 생각했어요.
가상 공간을 분양하는
부동산을 컨셉으로요.
저는 이곳의 중개인이 되어
상상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거죠."
에피소드에서의 생활, 어땠나요?
즐거웠습니다. 사실 지난 세 달간 세 차례 전시를 치렀어요. 오프라인 전시, 온라인 전시, 그리고 예술
기관에서 발표를 했는데, 그 작품들 준비를 하느라 시간이 정말 빨리 흘러갔어요.
그 와중에
짬짬이 엣피(입주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건 라운지 덕분이에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광장
같은 공간이 주거 단지에서 좋은 역할을 한다고 예전부터 생각해 왔는데, 여기 에피소드 신촌 2층이 바로
그런 공간이죠. 유동적이고 자유로워요. 어떤 공간으로나 변할 수 있고, 누구든지 여기 와서 무언가 할 수
있거든요.
만나본 엣피들은 어떤 이들이던가요?
엣피들은 본인 삶에 주체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진 이들이 많았어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의 전시가 된 것도 그 영향이 커요.
3개월간의 거주를 뒤로하고, 집을 주제로 한 전시를 열었죠.
전시는 ‘집이란 무엇일까’라는 원론적인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사회적이기보다는 좀 더 개인적인 관념으로 집을 정의하고자 기획되었어요.
전시를 준비하는 3개월 동안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 입주할 때엔 지금 같은 형식의 전시를 상상하지 않았어요. 영상 작품을 만들어 라운지에
틀어놓는, 어떻게 보면 좀 일방적인 형태의 전시를 구상했었죠. 3개월 동안 에피소드에 살면서 만난
엣피들에게 물었어요. 집을 주제로 한 작업을 하려고 하는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듣고 싶었죠.대화를 거듭하며 저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집'이란 각자의 해석에 따른 추상적 개념에
가까울 수 있겠구나.때로는 책상 앞에 마주 보고 앉아 건넨 질문과 대화가 어떤 보여주는 작품보다 더 큰 영감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생각은 내뱉음과 동시에 생겨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질문이 이야기를
내뱉게 하고... 꺼낸 이야기는 생각이 되고, 그 생각이 곧 개인적 개념이 되는 전시 형태를 생각했어요.
참여자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로 전시가 진행된 건 그 때문이군요?
맞아요. 이번 전시 '언리얼 에스테이트'는 대화를 통해 가상의 현실을 구축합니다. 관람객과 함께
'집'이라는 공간을 대화로 시뮬레이션하면서 구체화하고, 마지막으로 그 이야기의 기억을 전달하며 '집'을
분양해요. 일반적인 부동산의 양식을 따르지만, 이곳에서 상담하고 분양하는 것은 물질적 공간이 아닌
가상의 공간과 관념이에요. 그래서 '언리얼 에스테이트'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흔히
'가상 공간'이라 하면 인공 기술로 만든 실존하지 않는 환경을 떠올리더라고요. 물리적으로 실제 하지
않아도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을 시뮬레이션하면서 그것이 마치 실존 세계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 하지만
그게 실제로 오감으로 감각할 수 있으며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면 그것 또한 실존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많이 드는 요즘입니다.
저는 작업에서 가상 현실과 물질적 현실의 관계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어요. 제가 각자의 물질적 현실을 정의하고 제시해 줄 수는 없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의
전시를 진행하며 참여자 스스로의 가상 현실을 같이 끌어내보고자 했습니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어떤 질문들을 받나요?
예컨대 이런 것들이에요.
‘원하는 집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그 집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어떤 것이 보이나요?’
‘그 집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 집에는
혼자 있나요? 누군가가 함께 있나요?'
‘지금의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살아온 집은 어떤 느낌을 주었나요?’
이것들을 중심으로 해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질문들이 가지를 치며 이어지죠.
화이트보드에 그려진 건 뭔가요?
‘언리얼 에스테이트’의 지도예요. 부동산에 가면 벽에 지도가 붙어 있잖아요. 그걸 떠올리시면 됩니다. 진열장에 전시된 2백 여개의 상자 하나하나엔 이곳에서 중개하는 매물들, 상상들이 들어있고, 이 그림은 그걸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지도인 셈이에요.
구름이 떠있는 것 같은 형태를 하고 있네요.
무엇으로도 정의되기 힘든 추상적인 형태를 의도했어요.
그러고 보니 보드뿐 아니라 화면에도 구름이 떠다니네요.
이곳 ‘언리얼 에스테이트’를 찾은 참여자들은 저와 20여 분간 이야기를 나누며 집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끌어내게 돼요. 그 과정에서 계속 저 구름 영상을 같이 보며 일종의 각인 행위를 거치게 됩니다.
이야기를 나눈 다음엔요?
대화를 하고 난 후엔 제가 이 ‘언리얼 에스테이트’의 중개인으로서 참여자분에게 집을 분양해 줍니다.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제가 ‘당신이 원하는 집은 이런 거군요’라는 말을 건네며 차트를 적어요. 진료 보듯이
말이에요.
제가 차트를 적는 동안 참여자는 VR 기기를 쓰고 언리얼 에스테이트의 가상 공간
대기실에 입장하여 주변 시야를 차단한 채 잠시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VR 화면
속에 펼쳐지는 건, 3D로 만든 가상 공간이에요.
잠시 가상 공간의 대기실을 거닐고 나면,
마침내 중개인이 '당신을 위한 집입니다'라며 골라 건넨 ‘집’을 분양받게 됩니다. 진열장을 채운 2백
여개의 'HOME' 상자 중 하나를 선물로 받게 되는 거죠. 그리고 저(중개인)는 '집'을 분양하며 '반드시
집에서 열어보세요'라는 조건을 내 겁니다.
사실 상자 안에 있는 건 매우 추상적인 형태의 구름
조각인데요. 이미 이야기를 통해 각자의 '집'을 발견했기 때문에, 제가 건네는 상자는 그 상상을 기억하기
위한 장치가 됩니다. 여기서 나눈 이야기를 떠오르게 하는 장치가 지금 사는 집에 함께 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만든 거예요. 집에서 열어보라는 조건은 기대감과 함께 이야기를 옮겨가는 역할을 할 거고요.
상자의
경우, 물질적으로는 같아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기는 이야기는 모두 달라요. 그런 의미에서 각기 다른 번호를
매기게 되었습니다. 이건 어린 왕자 이야기 속 양의 상자에서 영감을 받은 거예요. '집이 아닌 집'을 담는
상자를 건네는 방식에 있어서요.
현실 속 공간에 공존하며 새로운 상상을 자극하는 장치.
이곳에서 분양받은 구름 조각이 집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ditor by 이선영
Photographer by 우상희
온 · 오프라인의 접점에 서 있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조현서는 디지털 기술과 설치미술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다.Solo Exhibition
Group Exhibition
Team Project (6-8)
Other Project
예술가들의 더 나은 도시 생활을 위하여
‘아티스트 인 에피소드’는 예술가들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거주 공간을 지원하는 에피소드의 후원 프로그램이다.